[책 리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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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오즈 2022. 8. 1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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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2.06.07.

완독챌린지 독파의 예정 챌린지 리스트에서 보다가, 독특한 제목에 끌렸다.

그리고 '부커상 최종 후보작'이라는 내 얇은 귀를 흔들리게 하는 문구에,

논픽션소설이라는 낯선 용어까지 나를 사로잡았다.

논픽션인데 소설일 수 있나, 라는 궁금증이 치솟아서 선택!

정말 인상깊게 읽은 도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은 류의 책이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고,

도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완독이라고 하기엔 훑듯이 읽었지만, 어쨌거나 읽었기에

과학 분야에 조금은 자신감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고른 책이기도 했는데...

책은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다...

사실 '취향이 아니다'라는 말이 완곡한 표현일 정도다.

나로서는 정말 아니었는데..

부커상 최종 후보작이었고,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되었으며, 재밌기 읽었다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정말 괜찮은 책인 건가, 취향 차인 건가, 내 낮은 독서역량에 따른 수준차이인 건가, 라는 혼란을 겪게 한 책이다.

독파 챌린지에서 진행한 김상욱 교수의 북토크 영상을 보고 난 후,

그나마 이 책의 의도나 흥미 포인트, 양자역학 등 배경지식 등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 이 책이 별로인 게 아니라 내 수준이 낮은 거구나, 라고 좀더 확신하게 되기도 했다.)

인간의 정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나의 물리 영웅들이 바로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착각에 빠졌다.

신박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단어가 아닐까.” _김상욱(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 슈바르츠실트, 슈뢰딩거, 그로텐디크, 모치즈키 신이치…

오늘의 세계를 규정한 위대한 정신들이 맞닥뜨린

황홀한 깨달음과 지적 파열의 순간을 절묘하게 그려낸 문제작!

-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의 도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에 대한 예스24 소개글 중에서

인간의 정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그게 이 책의 주된 테마인 것 같다.

난 이걸 책을 읽는 중반쯤 보게 되어서, 초반엔, 이 책은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가, 라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읽을 당시엔 어렵고, 이해도 안되고, 도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두 챕터가 그나마 내게는 이해가 가고, 흥미로운 부분이었다는 걸 뒤에 알게 되었다.

첫 챕터 '프러시안 블루'와 두번째 챕터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 이 책에서 좋았다.

프러시안 블루는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프러시안 블루, 까지만 해도 이 책이 뭔가 내게 깊은 인상을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1782년 칼 빌헬름 셸레는 극미량의 황산을 입힌 스푼으로 프러시안블루를 휘저어 현대의 가장 강력한 독약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 새로운 화합물을 '프러시안산酸'으로 명명했으며 그 과다 반응성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가 미처 예견하지 못한 것은 자신이 죽은 지 200년 뒤인 20세기 후반에 이 물질의 산업적, 의학적, 화학적 활용도가 어찌나 커졌던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중독시키기에 충분한 분량이 매달 제조되리라는 사실이었다.

-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의 도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I. 프러시안 블루 내용 중에서

이 챕터를 읽을 때는 여러 화학물질을 발견해낸 과학자들의 이야기들을 보며,

일종의 화학물질 발견史와 그들의 열성적인 연구에 감탄과 기겁을 동시에 느꼈고

전쟁과 인간의 잔인함? 광기?를 느꼈다.

책 제목이 뒤에 이어지는 챕터의 소제목이라는 걸 몰랐던 상태라, 제목과 연관이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했다.

세상을 이해하길 멈추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하고.

1907년 하버는 식물 생장에 필요한 주요 영양소인 질소를 사상 최초로 공기 중에서 직접 채취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그는 20세기 초에 전례 없는 세계 대기근을 몰고 올 뻔한 비료 부족 사태와 맞섰다. 하버가 아니었다면 구아노와 초석같은 천연 비료에 의존하여 농사짓던 수억 명이 영양 결핍으로 사망했을 것이다. ...(중략)... 가용 질소의 양이 두 배로 증가하자 인구 폭발이 일어났으며 16억 명이던 전 세계 인구는 100년도 지나지 않아 70억 명으로 늘었다. 오늘날 우리 몸속 질소 원자의 약 50퍼센트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이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하버가 발명한 질소 비료로 재배한 작물을 먹고 산다. ...(중략)... 하지만 그의 기적적 발견의 원래 목표는 굶주린 대중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제1차세계대전에서 영국 해군에 의해 칠레산 질산염의 운송이 차단된다 하더라도 화약과 폭약을 제조할 수 있도록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하버의 질소 덕에 유럽의 전쟁은 2년을 더 끌었으며 양측에서 수백만의 사상자가 더 발생했다.

-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의 도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I. 프러시안 블루 내용 중에서

두번때 챕터 '슈바르츠실트 특이점'부터 내용이 점점 어려워졌다.

내용에 담긴 과학 이론 등은 내가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고, 왜 이 내용이 들어갔나,

앞 챕터의 '프러시안 블루'와 이 챕터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은 무슨 연관이 있나 혼란스러웠다.

첫 챕터에 이어 광기로 느껴질 정도의 과학자들의 몰입과 집착, 추진력은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이 책은 내용 이해가 버거워 챕터별로 두번씩 읽었는데, 다시 읽자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뜬금없지만 내게는 슈바르츠실트가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을, 그것도 본인의 조국이 발생시킨 참담한 상황 앞에서,

어떻게든 특이점이라는, 물리적으로 납득가능한 이론을, 이유를 찾으려고

처절하게 노력한 과학자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뒤 챕터까지 다 읽고, 북토크의 김상욱 교수와 편집학자 대담을 보며

난 전혀 다른 관점으로 책을 봤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이 내용이 허구라면, 처절하게 노력한 과학자로 느낀 부분도 작가의 상상력이겠지)

슈바르츠실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은 것은 이것이었다. 물질이 이런 종류의 괴물을 낳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 정신과도 상관관계가 있을까? 인간 의지가 충분히 집중되면, 수백만 명의 정신이 하나의 정신 공간에 압축되어 하나의 목적에 동원되면 특이점에 비길 만한 일이 벌어질까? 슈바르츠실트는 그런 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조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중략)...특이점은 어떤 경고도 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돌아올 수 없는 지점, 한번 넘으면 무지막지하게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 한게에는 어떤 표식도 경계도 없다고. 그 선을 넘는 사람은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모든 가능한 궤적이 돌이킬 수 없이 특이점으로 이어지기에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슈바르츠실트가 눈에 핏발이 선 채 물었다. 그 문턱의 성질이 이렇다면 우리가 이미 특이점에 들어섰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의 도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II. 슈바르츠실트의 특이점 내용 중에서

이런 생각은 세번째 챕터 '심장의심장'에서도 계속되었다.

역시 내용은, 기이한 두 수학천재가 있었구나, 하는 것 외에는 전혀 이해를 못 했지만..

그로텐디크도 전쟁으로 삶이 달라진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그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방에서 요란하게 벌어진 1968년 5월 저항운동에 영향을 받은 그는 오르세의 파리대학교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1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인류가 맞닥뜨린 위험을 거론하며 "비열하고 위험한 수학 활동"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지구를 파괴할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몽유병자처럼 종말을 향해 행진하"는 그들 같은 과학자라고 말했다. ...(중략)...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산산히 조각낸 원자들을 분열시킨 것은 장군의 번들거리는 손가락이 아니라 한 줌의 방정식으로 무장한 과학자 집단이었습니다."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개념들이 세상에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다. 내가 추구하는 총체적 이해로부터 어떤 새로운 참상이 벌어질가? 인류가 심장의 심장에 도달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까?

-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의 도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III. 심장의심장 내용 중에서

최근 호안 미로 전시회에 다녀왔다.

스페인 내전과 세계대전이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예술가도, 과학자도, 천재들은 전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화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미술의 추상화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역량으론 추상화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어떤 감상을 받기 힘든데 이 수학자들의 이론은 추상화같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수학이, 그와 다른 관점으로 어려운 추상화같기까지 하다니.. 내게 너무 버겁다!

이 뒤로 이어지는, 책 제목이기도 하고 분량이 가장 많았던 네번째 챕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나

마지막 챕터 '밤의 정원사'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단 마지막 챕터 '밤의 정원사'는 책의 마무리 같은 느낌인데,

뜬금없게 느껴져서 왜 이런 내용으로 마무리지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때쯤엔 이 책에 지쳐서 의도를 알고자 하는 의욕도 없었다.)

챕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양자역학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일단 양자역학 자체가 어려워 관련된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챕터 내에 소개된 과학자들의 행동과 생각이 너무 기괴해서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지 않아도 내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던 '물리'라는 학문이 훌쩍 더 멀어졌다...

정말.. "미친 사람"들 같았다...

천재의 머릿속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용이 이어질수록 더 힘겨워지고 난해했다.

이 챕터의 내용은 거의 작가의 상상, 추측으로 느껴졌는데,

이런 글을 쓴 작가의 정신세계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이 부커상 최종 후보였다니..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서 좌절감이 들 정도였다.

독파 챌린지만 아니었다면 이 챕터를 읽다가 집어치우고 책을 내던졌을 거다.

그런데 북토크에서 김상욱 교수와 편집자는 다른 감상을 들려줬다.

내가 기이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편집자는 굉장히 재미있고, 인상적으로 읽었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역동적으로 느껴졌다고도 해서, 이질감을 느꼈다.

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난 그런 기분을 전혀 못 느껴서 독서역량의 차이를 절실히 느꼈다.

아, 정말로 내 수준이 안되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역사에는 빈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픽션은 그곳에서 시작되고, 논픽션은 그곳을 비워둔다. 이 책은 그 빈 곳에 픽션 양념을 뿌려보면 의외로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략)

-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의 도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에 대한 김상욱 교수의 감상글 중에서

북토크에서 김상욱 교수는, 확실한 사실 몇 가지를 가지고,

빈 곳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서술해나간 게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Fiction과 Nonfiction을 넘나드는, Fiction과 Nonfiction의 경계가 모호한 점이 좋았다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 실제 그 물리학자가 이랬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도 하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허구일까 생각하는 재미도 있었다고.

그걸 들으며, 아, 난 정말 사고의 유연성이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전에 도서 '나보코프 문학강의'를 읽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난 극단적인 나보코프의 문학 독서론에 반감을 느끼며 책을 읽었는데,

북토크에서 이현우 작가님이, '이런 독서이론도 있구나' 라고 읽으면 된다고 얘기하는 걸 보고 반성했었다.

저렇게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되는데, 난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고.

논픽션소설이니 당연히 허구가 들어가는 것일 텐데,

난 논픽션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생각했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을 받아들이는 게 더 어려웠던 거 같다.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 내 사고방식과 너무 다른 전개이기에, 반발심이 생겼다.

역사의 빈 부분을 저런 상상력으로 채워넣었구나, 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런데 난 사실 뭐가 사실인지, 그리고 사실인 양자역학 이론을 이해조차 못하니,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 한들 그런 재미는 느끼지 못했을 거다.

아무튼...

북토크로 조금은 책에 대해 알 수 있었지만, 내 취향의 책은 아니었다.

평소 읽는 책들과 다른 색다른 책을 읽었다는 데, 몰랐던 과학자들을 알게 되었다는 데,

양자역학이라는 게 이렇게 철학적인, 기존 언어로 형용하기 어려운 이론이라는 걸 알았다는 데 의의를 두자.

*************************************

<김상욱교수의 북토크를 보고 인상적이었던 점>

1. 이 책의 '제목' 및 내용과 연관지은 양자역학에 대한 김상욱 교수의 설명은 인상깊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시작된 게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을 알려면 알려할수록,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하면 증명하려고 할수록 철학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현재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지금의 언어로는 규정할 수 없는 게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고작 흙 입자 하나에 원자 수십억 개가 들어 있다면 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그토록 작은 것에 대해 유의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 ...(중략)...

그 해 여름 이후로 하이젠베르크는 위치, 속력, 운동량 같은 고전 물리학의 개념들을 아원자 입자에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임을 깨달았다.

자연의 미시적 측면을 묘사하려면 전혀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의 도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IV.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내용 중에서

따라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책 제목이자 챕터명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라는 말은,

아마도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우리가 현재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는 듯 하다.

그래서 양자역학에 대한 챕터의 내용도 이렇게 난해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챕터 '프러시안 블루'에 나오는 독극물 등 여러 화학물질과 관련하여, 북토크에서 김상욱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과학적 발견과 그로 인해 개발된 물질의 경우 이제껀 존재하지 않았던 거라고.

그렇게 때문에 그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당시 과학자들은 알 수 없다고.

플라스틱의 경우도, 만들어진지 약 30년쯤 되었는데,

당시에는 이렇게 많이 사용되고 문제가 될 거라 생각 못했을 거라고.

스마트폰도 지금 우리가 다 파악하지 못한 거라고, SNS나 인공지능 등도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SNS에 대한 평가도 처음 나왔을 때와 지금 확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발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한다고.

도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김영하북클럽 책으로 선정하며 김영하작가가 한 말과도 비슷했다.

우리는 지금껏 나와 상관없다고 그냥 지나친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3. 북토크에서 김상욱 교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천재 수학자나 과학자가 양자역학 등 놀라운 발견을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편집자가 그런 천재들의 직관에 대해 얘기하자, 과학 역사 상 인간의 직관이 맞았던 적이 없다고.

지구가 둥글지 않다고 믿었고,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돈다고 믿었고.. 등등

보통 직관에 따르라는 말을 하고, 소설이나 이런 걸 보면 주인공이 직관에 의해 움질일 때가 많은데,

그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맞다. 도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볼 때도 인간의 직관이 맞았던 적은 없었다.

4. 첫 챕터 '프러시안 블루'에 허구는 단 한 구절만 있다며, 어디일지 추측해보라는 독파 챌린지 미션이 있었다.

사실이라면 다 사실 같았고, 허구라면 다 허구 같았는데 어디가 허구인가?!

엄청 고민하다 하나를 골랐는데 - 다 진실같아서 찍었다 - 틀렸다.

그리고 허구 부분은 전혀 내가 허구라고 생각못한 부분이었다.

프리츠 하버가 죽을 때 지니고 있던 몇 안 되는 소지품 중에는 아내에게 쓴 편지가 있었다. 편지에서 그는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질소를 뽑아내는 자신의 방법이 지구의 자연적 평형을 무지막지하게 교란하는 바람에 인류가 아니라 식물이 세계를 차지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단 몇십 년 동안이라도 인구가 산업시대 이전으로 감소한다면 인류가 공급한 잉여 영양소 덕에 식물이 무한히 증식하여 지구에 두루 퍼지고 땅을 완전히 뒤덮어 모든 생명을 끔찍한 초록 아래 질식시킬 테니까.

-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의 도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챕터1. 프러시안 블루 내용 중에서

북토크에서 저 부분이 허구라고 했을 때는 저게 허구라고? 라고 생각만 했는데,

저자는 챕터 마지막에 굳이 저 부분을 왜 넣었을까? 싶다.

챕터 내에 서술된 프리츠 하버라면 저런 우려를 할 수 있겠다 싶었기에 전혀 허구라고 생각못했다.

(또한, 아내에게 쓴 편지라고 되어있어서 상상력이 빈약한 나는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런데 프리츠 하버라면 저렇게 생각했을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으니까 넣었겠다는 생각이 곧 들었다.

이 책은 논픽션소설이니까, 프리츠 하버가 어떤 생각을 하며 죽었을까 라는 부분에 상상력을 채워넣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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